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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지혜로운 이야기

동가숙서가식 비웃지 말고 불사이군 하시오

 

동가숙서가식 비웃지 말고 불사이군 하시오

 

 

조선 초기 새 왕조 건설에 공이 있음을 인정받은 이들은 부귀영화를 누렸고 반대로 고려 왕조에 대한 충성심으로 끝까지 버텼던 이들은 죽음을 당하거나 유배를 가는 등 고초를 겪었다.

 

 

 

동가숙서가식

 

어제는 고려 신하였지만 오늘은 조선 왕조 신하가 된 그들은 자축연을 벌이고 당대 최고 기녀 설중매를 불렀다.

 

늙은 재상이 설중매에게

"너희는 동가숙서가식하는 기생이니 오늘 내 말을 듣거라" 라고 말했다.

 

 

 

 

 

기생의 신분이 비록 천하기는 했지만 설중매는 한 여자로서 모멸감을 느꼈고 그녀는

"동가숙서가식하는 천한 몸이 왕씨를 섬겼다 이씨를 섬겼다 하는 재상 어른을 모시게 되니 영광이옵니다."라고 대답했다.

 

자축연의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왕조가 바뀌는 혼란스러운 시대, 목숨을 걸고 새 시대를 열고자 했던 사람도, 목숨을 걸고 구시대를 지키고자 했던 사람도 나름의 타당한 명분이 있었지만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겁쟁이들은 눈치를 살피다 세상이 뒤집어지자 실세의 줄을 잡고 구차하게 정치적 목숨을 구걸하고 살아 남았다.

 

그런 이들이 기생의 정절을 논할 가치가 있는 지를 설중매는 물었던 것이다.

 

 

 

불사이군

 

정치를 하는 사람들의 대목(?)인 대선 때가 되면 뚜렷하게 들어나지 않는 존재감 없는 정치인들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 이리 재고 저리 재고 어디에 줄을 서야 할지 한바탕 '헤쳐 모여'를 하게 된다.

 

국가를 위해 국민을 위해...’ 라는 어처구니 없는 말에 고개를 끄덕여 줄 국민은 아무도 없다. 그들이 움직이지 않아도 한국은 잘 돌아가고 국민들도 잘 지내니 말이다.

 

 

 

 

 

달나라를 가는 지금 한 임금을 모시듯 정치적인 정절을 지키라는 말은 아니나 적어도 개인적인 안위나 자리보전을 위한 철새는 되지 말라는 소리다. 말과 행동이 다른데 누가 그의 말에 귀 기울이겠으며, 그렇게 옮겨 간 사람치고 제 할 일 다 하는 사람 본 적이 없다.

 

* 동가숙서가식 : '동쪽 집에서 먹고 서쪽 집에서 잠잔다'는 말로, 먹을 곳 잘 곳이 없이 떠도는 사람  또는 그런 짓을 뜻

* 불사이군 :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아니함. , 한 사람이 두 임금을 섬기지 않음을 뜻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