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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동창모임 - 이런 친구 꼭 있다

 

이런 친구 1

엘리베이터 안에 사람이 꽉 찼다.

서로 바쁘다보니 내리는 이가 없어 촘촘히 붙어 섰는데 다행히 소리없이 문이 닫히고 엘리베이터가 올라간다. 대여섯명쯤 되 보이는 50대 중반의 아주머니들이 오랜만에 만난 회포를 푸는지 시끌벅적하다.

그런데 그 중 한 분이 큰 소리로 말하는 바람에 시선이 쏠렸다.

"야! 너 왜 이리 쪼맨해졌냐?"

마주 섰지만 장소가 좁아 거의 붙다시피한 두 사람 중 키가 좀 커 보이는 아줌마가 친구인듯한 작은 키의 아주머니 정수리를 어루만진다. 작은 키의 아주머니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손을 치워 버리는데 다시 한 번 말 소리가 들렸다.

"나이 들고 고생해서 그런갑다."

 

 

말하는 당사자는 농담인듯 웃어 넘기는데 작은 키의 아주머니와 나머지 일행은 조용하다. 그외 다른 사람들도 못들은 척하고 나는 빨리 엘리베이터가 멈춰서기만 바랬다. 작은 키의 아주머니 표정에서 사실로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초라함과 무안함을 언뜻 본지라 그 자리가 불편했기 때문이다.

두 아주머니가 어느 정도의 친분관계인지 모르지만 걱정과 염려를 표현하는데 있어서도 때와 장소, 그리고 적절한 어휘선택이 있어야 하는데 상대에 배려가 전혀 보이지 않아 제3자임에도 참 난감했다.

 

 

이런 친구 2

몇 년전 친구와의 모임에서 아이들 학원얘기를 하다가 우리 애는 인터넷 강의를 듣는다 하니 

'잘 감시해, 애들이 인강 듣는다고 해 놓고 다 게임에 빠지니까, 인강 듣는 애들 반 이상이 중독이라 하드라 부모만 모르는 거지.'   

뜬금없이 던지는 말에 어리둥절하면서 기분이 상했다.

맞는 말일 수도 있지만 말하는 투에서 전혀 나에 대한 배려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꾸를 하지 않았지만 이후 그 친구가 하는 말들은 다 흘려 듣는다.

 

 

그래도 ..

송년회다 망년회다 모임이 많은 12월이다. 몇 해전부터인가 경기가 어려워 흥청망청하는 분위기는 실종됐다지만 거리의 건물들은 불빛 동화 속 풍경처럼 예쁘고 아름답게 치장을 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도, 자주 만나지만 특별한 자리에 모이는 사람들도 모두 1년을 돌아보며 새로운 1년을 기대하고 기약하는 12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