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건의 '술 권하는 사회'
새벽 한 시가 넘어도 귀가하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며 바느질을 하던 아내는 순간 바늘에 찔리고 시계를 바라보며 짜증을 낸다.
부부가 된 지 7, 8년이 지났지만 공부를 하느라 같이 있던 시간은 1년 여 정도인데 어려운 공부를 하고 돌아 온 남편은 매일 술로 날을 지새고 여전히 아내를 기다리게 만든다.
아내는 남편이 일본에서 돌아오기만 하면 고생이 끝나고 행복한 세상이 펼쳐질거라 믿었고 주위 사람들도 그녀를 위로했었다. 하지만 일본에서 돌아 온 남편은 도깨비 방망이를 가져오지도 못했고 오랜 시간 기다려준 아내를 위로해 주지도 못했다.
아내는 도대체 일본에서 그 어렵다는 공부를 하고 돌아온 남편이 허구헌날 술로 세월을 보내는지 안타깝고 속상하다.
일본 유학을 하고 돌아온 남편은 일제에 의해 억압당해 자신과 같은 엘리트들은 발 붙일 곳이 없음을 알게 되지만 부조리한 사회에 적극적인 저항도 하지 못하는 자신을 보며 자괴감에 매일 술에 취한다.
누가 이리 술을 권하느냐는 아내의 물음에 조선사회가 내개 술을 권한다는 대답을 버럭하고는 집을 나가버리고 만다.
작품에 대한 단상
남편은 일본 동경 유학을 마친 엘리트이다.
그를 기다리는 아내와 가족들은 그가 돌아오기만 하면 그동안의 고생을 보답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였고 남편도 조선에 돌아가면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 부부의 기대와 달리 일제 지배하에 있던 조선사회는 남편을 능력을 받아들여주지 않았다. 아내는 공부를 안한 사람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는 남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고 남편은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대화가 통하지 않는 아내가 조선사회만큼이나 답답하다.
유위유망(일을 할 만한 능력도 있고 앞으로 잘 될 희망도 있는)한 머리를 알코올로 마비시킬 수 밖에 없음을 한탄하는 남편의 괴로움은 그가 차라리 지식인이 아닌 일개 필부였다면 그의 몫이 아니였을 것이다.
암울한 시대적 배경에 놓여 있지만 타협하지 않으려 몸부림치는 지식인의 고뇌가 보이는 작품이다.
유위유망한 젊은이가 좌절하는 사회
다른 시대 같은 모습처럼 지금도 유위유망한 많은 젊은이들이 많은데 어찌된 것인지 공부는 많이 시켜 놓고 일할 자리를 주지는 않아 자신의 무능을 한탄하다가 사회를 부정하고 적응하지 못하게 만들더니 그들 스스로 잉여인간으로 자학하게 만들고 있다.
일하고 싶어하지만 사회는 그들이 학교에서 배운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지 않고 알바수준의 일자리로 내몰고 있다.
자괴감은 커지고 자존감은 낮아지고 사회적으로 무능력자로 낙인 찍히는 것은 아닌지 불안스러워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의도치 않은 상황들과 타협하라며 젊은이들에게 우리 사회가 못 먹는 술을 자꾸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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