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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동화로 보는 세상

터프한 공주가 반한 사랑스러운 왕자 '신데왕자'를 읽고



여러 동화책들 중 우연히 눈에 띈 제목이'신데왕자'였다.
처음엔 신데렐라인줄 알고 지나쳤는데 제목이 너무 짧은듯 해서 다시 보니 '신데왕자' 이건 뭐지?

신데왕자는 마르고 못생긴 왕자같지 않은 왕자였다.
위의 세 형은 잘생기고 덩치도 커서 신데왕자를 무시하면서 청소나 하라며 자기들끼리만 파티에 놀러 갔다.

어지럽혀진 형들의 방을 치우며 투덜거리던 신데왕자의 눈에 아주 어리버리하고 좌충우돌하는 요정이 굴뚝을 통해 들어와 벽난로로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요정은 신데왕자를 멋진 왕자로 변신시키려 했지만 능력(?) 부족으로 털많은 괴물로 변신하고 말았다.
그런 줄도 모르고 파티장에 간 왕자는 너무 커저서 파티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버스를 타고 집에 가려다 버스 정류장에 있던 돈 많은 공주를 만나게 된다.

괴물로 변한 왕자를 보고 깜짝 놀라 잠깐 기절한 순간 시간은 12시가 되고 왕자는 제 모습으로 돌아왔고 공주는 정신이 들었다.
공주는 신데왕자가 자기를 구해준 걸로 알고 고마움을 표시하려 했으나 부끄럼쟁이 왕자는 도망친다.

그러다 바지가 벗겨지고 공주는 자신을 구해준 왕자를 찾기 위해 바지 주인을 찾기로 한다.
결국 바지주인인 신데왕자를 찾아 결혼하고 행복하게 살게 되었는데 세 형들은 청소하는 요정이 되어 매일매일 궁전 구석구석을 청소하러 다녀야했다.


잘 알려진 '신데렐라 공주'를 새롭게 각색해서 쓴 동화인데 아주 유쾌한 내용이다.
첫 장면부터 웃음을 주더니 마지막에 공주에게 간택된 왕자의 모습에 빵~ 터졌다.

우리의 용감한 '돈 많은 공주'는 얼굴이 멋진 왕자는 아니지만 자기 마음에 쏙 드는 왕자를 당당히 남편으로 만들어(?) 버렸다.
용기있는 자가 미남을 얻은 것이다.

주인공을 바꾸려면 멋진 왕자로 해주시지 왜 마르고 못생긴 왕자로 표현했을까 궁금했지만 그래서 더 친숙함을 느끼게 되었고 재미있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데렐라 공주처럼 마구잡이 고생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잘 생긴 형들에게 구박을 당하는 모습은 안쓰럽기보다 재미있어 보였다. 
형들의 뒤치닥거리하는 신데왕자의 모습을 보면서 형이 있는 동생들이 많은 공감을 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왕자를 괴물로 변신시킨 어리버리한 요정은 또 뭔가?
해리가 공부하던 호그와트 학교에서 완전 교육을 받지 못한 어설픈 요정 때문에 또 한번 웃게 되었다.
 

하지만 그 모습을 하고도 공주의 눈에 생명의 은인으로 여겨져, 공주는 왕자를 남편으로 맞이한다.
정확히 신데렐라 공주 이야기가 언제적 이야기인지 모르지만 이제 왕자가 아닌 공주가 당당히 자신이 원하는 남편감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선다는 이야기로 바뀌었다.

그만큼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었다고 위로나 자찬을 해야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마저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을 보니 세상이 달라지긴 달라진 모양이다.

마지막 장면에 긴 쇼파에 신데왕자가 누워 있고 그 모습을 만족스럽게 바라보는 공주의 모습은 마치 '네가 원하는건 내가 뭐든지 들어줄게, 내 사랑스런 왕자' 라고 말하는것 같아서 웃음도 나고 보기도 좋았다.
이젠 왕자만이 공주를 구하러 가는게 아니라 공주도 왕자를 구하러 난관을 헤치고 목숨까지 거는 멋진 동화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세상이 많이 변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