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을 보는 창/동화로 보는 세상

죽음에 대처하는 동,서양의 다른 모습 '작별 인사'를 읽고




어느 날 아침 눈이 사팔뜨기가 된채 일어난 비르기트 언니는 병원에서 뇌종양 진단을 받고 급하게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나는 병원에 가보지 못했다. 어린 아이는 감염이 쉽게 되거나 환자에게 감염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병문안을 갈 수 없다고 아빠가 말씀하셨다.  

엄마와 아빠는 언니를 간호하느라 계속 병원에 계셔야하기 때문에 나는 옆집 아주머니 집에서 있거나 할머니가 오셔서 돌봐주셨다. 비르기트 언니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었지만 죽음이라는 것이 막연하기만하다. 언니를 한번 봐야할 것 같다는 아빠 말에 몰래 병원에 잠입해 언니를 보았다.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는 언니의 모습은 우스꽝스러웠다. 하지만 웃을 수 없었다. 어른들의 모습이 너무나 슬퍼보였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집으로 한번도 오지 못한 언니는 결국 죽었다. 장례식에도 너무 어려서 갈 수 없었다. 엄마와 아빠, 할머니는 언니의 장례식장으로 가고 나는 언니에게 주려고 짜던 모자를 완성하기로 했다. 언니가 좋아서 내가 느낄 수 있도록 말을 걸어올지도 모르니까.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아마도 이사나 전학을 가는 아이들의 이별이야기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첫 장에 작가의 편지 내용을 보니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가족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였다. 작가가 어린시절 언니의 죽음을 간접적으로 보면서 느낀 점들을 동화로 쓴 것이다. 

그런데  가족의 죽음을 대하는 다른 가족들의 정서적인 면들이 내가 보기엔 지나칠 정도로 절제되어 글을 읽는 나의 감정마저도 절제되는 기분이 들었다. 


                                  ▲ 자료 : 영화 '괴물'의 장례식장

동양, 특히 우리나라에서 가족의 죽음은 청천벽력같은 충격으로 표현되고 감정 또한 아주 극한의 슬픔으로 표현되어 대성통곡은 기본이고 처절한 몸부림을 치면서 자신의 슬픔을 나타낸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장례식에서는 큰 곡소리와 울부짖음은 죽은이에 대한 남은 가족들의 예의 표시이다.


하지만 서양은 다른 것 같다. 영화나 뉴스에서 보면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어도 우리나라처럼 울음소리나 행동이 처절하지는 않다. 문화와 관습, 정서가 다르기 때문이겠지만 그들이 우리를 보면 감정표현이 지나치다고 할것이고, 우리가 보는 냉정한 그들의 감정절제는 사람냄새가 나지 않는 차가움과 죽은이에 대한 예가 없다고 느끼게 된다.

서양사람들은 눈물을 보이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겨 장례식장에서 선글라스를 낀다고 한다. 우리는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봐야 '진정 슬퍼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같이 슬퍼하고 같이 울어주기도 한다. 죽은 이를 생각하는 애절한 마음은 같지만 표현방식에서는 많은 차이가 있다.  


이 책에서도 언니의 병 상태나 죽음에 대해 아빠는 어린 딸에게 이럴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주 직설적이면서 또는 사실적으로 말해준다. 

"언니의 머리 속에 종양이 자라서 나중에 그게 언니를 죽게 한다고 하는구나."라든지
'머리를 칼로 조금 자르고 종양을 꺼낸다' 라든지 "어젯밤에 비르기트가 죽었단다." 라든지

주인공 아이는 사람이 죽으면 몸은 관 속에 들어가고 영혼은 하늘로 올라간다고 믿고 있고 어른들은 그렇게 아이에게 설명한다.
이 부분도 우리와 다른 점은 우리는 아이에게 병 상태나 죽음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지 않는다. "몰라도 돼" 라든지 아니면 아예 말을 해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받을 충격에 대한 걱정과 설명해도 알아듣지 못할거라고 미리 짐작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모습을 보면서 막연히 추측으로 상황이 좋지 않구나라고만 느낀다.

그런데 재미있는건 우리나라는 장례식에 아이들을 참석시키지만 (문상객으로 방문은 하지 않고)  서양은 가급적 아이는 참석시키지 않는다. 주인공 아이도 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아빠가 아이가 장례식에서 슬퍼하는 모습이 보기 싫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르지만 같은 점도 있다. 죽은 이가 몸은 우리와 떨어져 있지만 영혼이나 마음만은 항상 가족 곁에 있을거라는 믿음이다.


아직 어린 아이와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기는 부담스럽다. 하지만 이 책을 읽게 한다면 어렵지 않게 자연스럽게 죽음에 대해 알려줄 수 있고 대화도 나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