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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자식결혼비용! 남들만큼 해줬다, 남들만큼 받지 못했다. 누구 말이 맞을까?



기사에 보니 7년새에 결혼비용이 2배로 늘어 2억원 가까이 든다고 한다. 전세금이 대부분이고 물가까지 오르니 기타 경비도 많이 늘어난 모양이다. 아들가진 엄마들은 아들 입에서 사귀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 나오면 가슴이 철렁 한다고 한다.


그런데 결혼비용을 부담한 부모 입장에서는 다른 부모들에 비해서 해줄만큼은 해주었다고 생각하는데 받은 당사자들은 남들만큼 받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는 설문조사를 보았다. 다들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다보니 기준이 달라도 한참 달랐나 보다.

돈을 내놔야하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나보다 못한 사람들이 기준이 될것이고 돈을 받는 자녀들 입장에서는 나보다 더 받은 사람들이 기준이 되다보니 서로 불만스럽지 않았나 생각된다. 하긴 대한민국에 사는 부모들 중 여윳돈으로 몇 억씩 묶어두고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집을 줄이거나 돈을 빌리거나 여튼 현상황을 줄여서 비용부담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을텐데 태어나 결혼 할때까지 주구장창 받아 먹기에만 익숙한 자녀들이 하루 아침에 부모의 사정을 알아줄리 없다. 




내가 아는 몇몇 엄마들은 아이를 두고 '돈 먹는 하마'라고 말한다. 뱃 속에 있을때부터 아이한테 들어가는 돈이 어마어마하다. 태어나면서부터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수백만원 하는 유모차에 몇십만원하는 옷들과 장난감, 그리고 매일 매끼니 먹여야하는 고급 분유에 유기농 이유식들값이 그야말로 장난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고가의 제품을 선호하는 이유가 뭘까? 애가 원하는 건 아닐테고 결국 부모의 선택인데 왜 이런 제품들을 구매할까? 남들 시선때문이다. 내 아이가 입고, 먹고, 보이는것들이 곧 나의 '사회적 위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이 자신은 뭘 입는지 뭘 먹는지 잘모른다. 주는 대로 입고 주는 대로 먹는다.  아이가 조금 더 크면 이젠 본인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를 사 달라고 요구한다. 옷이나 신발, 책가방 등 주로 외관상 보여지는 것들을 치중하는데 이것 역시 부모들은 힘들어 하면서도 사 준다.

사주는 이유 중 하나는 아이가 학원에 군말없이 다니게 하기 위한 입막음용도 있고 주변에 사는 이웃들과 비슷하게 맞춰가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젠 의식주 외에 고가의 학원비가 추가된다. 옆집아이가 다니니 우리 아이도 다녀야 한다.  그러다 대학을 가면 매학기마다 목돈으로 들어가는 등록금을 준비해야 한다.


행여 아이가 등록금 걱정에 알바를 한다고 하면 학점을 못 딸까봐 돈 걱정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며 아이를 안심시킨다. 그리고 졸업후 몇 년 되지도 않아 결혼한다고 선포를 하면 부모는 가슴이 철렁한다. 학자금과 달리 결혼식 비용은 그야말로 기둥이 하나 뽑혀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녀들의 결혼식 규모가 곧 자신들의 '사회적 위치'를 보여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부분 현재 재정상태보다 무리한 규모로 하려고 한다. 결혼 당사자인 자녀들은 이번에도 자기 친구들과 비슷하거나 더 낫게 하려고 부모에게 요구한다. 항상 그렇게 해 주셨으니까 이번에도 그렇게 해 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더 못한 경우도 있는데 인간은 항상 내가 보고 싶은 대상만 보고 비교하게 된다.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결혼비용 규모를 줄이자거나 좀 미루자고 하면 펄펄뛰며 안된다고 부모를 더 압박한다. 이미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 자기는 이정도 규모의 결혼식을 할거라고 말해놨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동안 자녀들이 본 집 안 경제사정은 좋아보였기 때문에 부모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대로 하지 않으면 완전 O팔리는 일이라 죽어도 양보를 안하려 한다. 왜 다 큰 성인이 본인 결혼식에 대한 비용부담을 어른들에게 전가시키며 서로 힘들어 하는지 안타깝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 결혼은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양쪽 집안의 체면이 걸린 큰 행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약 결혼식에 양쪽 가족과 신랑, 신부의 친구들만 참석한다면 결혼식을 어디서하건 예물이 뭐가 됐던 사는 집이 어떻든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게 집안 행사이다 보니, 보여야하고 알려야 할 것들이 많고 그러다보니 낭비적인 요소들에도 돈을 쓰게 된다.
 
재산 많은 부모가 자식의 결혼식을 성대하게 해주고 싶다면 말릴 수 없다. 능력있어 돈을 많이 모은 자녀가 자신의 결혼식을 성대하게 하고 싶다면 말릴 수 없다. 하지만 누구 한 사람이라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정도로 부담스러운 결혼비용이라서 참석한 사람 중 하나라도 마음이 무겁다면 그 결혼식은 행복한 결혼식이 될 수 없다. 

현명한 부모라면 자녀가 독립할 수 있도록 키워야 할것이고, 똑똑한 자녀라면 부모의 노후자금에 손대지 말아야 나중에 자신들의 짐이 줄어든다는 걸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