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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석가탄신일에 핀 연꽃이 쓸쓸해 보이는 이유는

 

 

 석가탄신일에 핀 연꽃이 쓸쓸해 보이는 이유는

 

 

시어머님을 따라  김포 용화사라는 절에 다녀왔다.

 

 

 

 

월요일이 석가탄신일인데 그 날 갈 수가 없으셔서 미리 다녀와야 겠다고 하셨다. 절에 들어서니 석가탄신일이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행사준비로 모두들 바쁘셨고 연등을 달기 위해 전선을 매는 아저씨들은 삼삼오오 모여 사다리를 놓고 일을 하고 계셨다. 

 

어머님께서 종무소(절에 있는 사무실)에서 일을 보시면 나와 남편은 절을 한바퀴 구경하고 점심먹으러 식당(?)으로 직행하곤했는데 오늘은 종무소에 따라 들어갔다. 친절한 아주머니께서 반가이 맞아주셨고 어머님은 아들녀석 단독 이름으로 등을 달고 싶다고 하셨다.

 

나는 그냥 가족 전체등으로 하자고 했는데 손사래를 치시며 한사코 단독으로 달아 달라고 하셨다. 그리고 두번 세번 좋은 자리에, 잘 보이는 곳에 달아달라고 신신당부를 몇차례나 하셨다. 할머니의 이런 지극정성을 이 녀석이 알까? 

 

10살까지 할머니가 목욕시키고 할머니가 주시는 것 잘 받아먹더니 사춘기가 되자 말도 줄고 얼굴도 자주 못보고 해서 할머니가 서운해하시는것 같은데 말이다. 전화를 해도 "네, 아니, 괜찮아요."만 말하는 녀석, 업고 다녔던 손주가 이젠 훌쩍 커버려 고개를 뒤로 젖혀질만큼 들어야 하는데 아직도 궁둥이를 툭툭 치면서 "이쁜 내새끼"라고 말씀을 하신다.

 

딸래미는 할머니 댁에 가면 할머니 옷으로 갈아입고 마주앉아 이야기도 잘하고 애교도 부리는데 이 녀석은 컸다고 점잖은척 하니 보는 내가 죄송스럽다.  

 

 

주차장 주변에 있는 나무에 열쇠고리에 달아도 될만큼 작은 연등들이 귀걸이마냥 찰랑거리며 바람에 흔들리고 행사가 열릴 극락전에는 크고 작은 연등을 다는 작업이 한창이다. 어머님과 함께 대웅전으로 향하는데 겨울에는 보지 못했던 작은 꽃들이 손을 흔들며 이정표 밑에서 우리를 반겨준다. 

 

 

 

다른 절과 달리 대웅전이 초라해 보일만큼 작은데 부처님의 모습도 다른 부처의 모습과 많이 다르다. 5명이 들어가면 곽 차는 좁은 대웅전에는 이미 두 분이 절을 하고 있었고 어머님은 조용히 들어가셔서 정성스레 절을 하시고 나는 대웅전 뜰에 걸려 있는 연등을 구경했다.

 

산 언덕에 있는 대웅전 마당에 서면 저 멀리 한강 건너편으로 일산 킨텍스가 보인다. 시원한 강바람이 5월 더위를 식혀주니 마음까지 시원하다. 대웅전을 나와 식당으로 가니 안면이 있는 아주머니께서 반가이 맞아주시며 점심을 먹고 가라고 붙잡으신다.

 

식당에는 겨울에도 본 기억이 있는 외국인 남자분이 계셨는데 아직도 기거를 하고 계시는 모양이다.

왜,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겠다. 감사히 잘 먹은 인사를 하고 먹은 그릇들을 깨끗이 씻어 제자리에 놓고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에 아주 탐스럽게 핀 연꽃을 보았다.

 

 ♣♣

  

 

 

더러운 진흙탕 속에서 깨끗한 꽃을 피우는 연꽃은 불자가 어지럽고 탁한 세상에 물들지 않음과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진흙탕같은 세상에 뛰어든 모습을 상징한다고 한다. 온갖 탐욕과 불신이 난무하는 곳이 중생들이 사는 곳인데 그간의 수행이 고되셨는지 몇 분의 불자께서 진흙탕 속으로 빠지고 말았다.

 

진흙탕 속에 빠진 연꽃을 어찌 보아야 할 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