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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느낌있는 여행

아침고요수목원과 두메산골에서의 1박2일

양동이로 들이붓듯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수목원에 도착했다.
비때문인지 수목원은 '아침고요'라는 이름처럼 고요했다.
일행 중 연로하신 분들이 많았던지라 뙤약볕보다는 비가 낫다는 생각도 들었고
다행히 비는 많이 잦아들어 부슬부슬 내리는 안개같은 비를 맞으며 '아침고요'속으로 들어갔다.

수목원 입구로 들어가면서 바로 진한 허브향이 코를 간지럽힌다. 빗물을 충분히 머금은 꽃과 나무들은 더욱 생기있어 보였고 향기는 더욱 진하게 퍼지고 있었다.
비가 멈추는 바람에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그리고 정원속으로 더 가까이 다가갈수 있었다.

사진에서나 보던 야생화들이 노란색 빨간색, 파란색,하얀색,분홍등 그 자태를 색깔로 뽐내듯 흐드러지게 여기저기 피어 있었다. 우리나라 야생화들은 크기는 작지만 소박함과 무리를 지어 피어난 모양이 매력적이다.
개인적으로 소국을 좋아하는 이유도 이런 까닭이다.


수목원 내의 계곡물가에는 누가 시작했는지 모를 키작은 많은 석탑들이 여러가지 모형으로 각각의 소망과 소원을 담고 서 있었다.
비가 와서 계곡물은 많았고 물살도 거칠어서 발을 담그기가 여의치 않아서 아쉬웠다. 물을 옆에 두고 그냥 가야하다니 이것참...



여름도 좋지만 봄에는 어떨지 궁금해서 다시한번 더 가고싶다. 아니, 그러고보니 가을은 어떨지 겨울은 어떨지 사계절이 다 궁금하다. 아무래도 3번은 더 와야겠다. 비를 피하며 정자 안에 둘러앉아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내 입가에 미소를 번지게 한다. 좋은 사람들과의 즐거운 여행은 여행이 끝난후 그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다.


어릴적 시골에서 봤던 이름도 모를 많은 야생화들! 이름표를 보며 적다가 우산에 사진기에 수첩까지 들려니 너무 번잡스러워 눈에 담기로 했다. 연한 파스텔 톤의 꽃들과 진한 초록의 나무들들이 서로 적절히 색을 맞춰 가꿔진 모습은 가장 자연스런 모양을 연출하고 있어서 이것이 사람의 손이 닿은것이라는 것을  잊게끔 하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꽃 '산수국' 파랗디 파란 꽃색깔이 보는 이로 하여금 그 시원함을 배로 느끼게 한다. 가운데 작은 꽃이 진짜 꽃이고 가장자리 넓적한 큰꽃은 가운데 진짜 꽃을 지키기 위한 가짜 꽃이란다. 살아남기위한 생존법이라니 놀랍기만하다. 꽃의 생존과 관계없이 보는 사람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해 보였다. 이꽃을 보면서 왜 옛날 여인네들 머리에 장식하는 떨잠이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모양이 비슷도 해보이고...


멀리 축령산의 연기처럼 보이는 안개때문에 수목원은 한층 더 신비로워졌다. 저 축령산 안개속에 '시크릿 가든'이 있지 않을까?

 

꽃길 끝에 있는 작은 교회가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끈다. 딱 한명만 들어갈수 있는 넓이의 교회. 사진찍기에 딱 좋은 그림이라고 생각했는데 교회가 있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길의 끝에 있는 작은 하얀 교회당


고산 식물원으로 올라가는 길 중간에 있는 관람대는 꽤 높이가 높아서 수목원의 전체는 아니지만 꽤 넓은 부분을 내려다 볼수 있다. 이곳을 다 구경하려면 2박3일이 걸린다고 하는데 일단 전체적인 아웃트라인을 훑어 보기는 했다. 큰나무들에 가려 군데군데 시야가 가려지기도 했지만 정말 엄청 넓기는 넓다. 이걸 사람의 손으로 가꿨다니 다시한번 놀랍다.




고산식물들은 따로 공간을 마련해 전시하고 있었다. 안내판의 설명대로 환경적인 영향으로 크도 작고 색깔도 화려하지않은 아주 자그마한 식물들이 옹기종기 모양새있게 자라고 있었다.




'두메산골'펜션 수목원에서 5분정도 떨어진 한옥펜션인데 펜션 안에 계곡물이 흐르고 있어 물놀이를 함께하기 좋은 곳이었다. 연로하신 할머니와 아들로 보이는 아저씨 두분이 관리하시는데 실제로 할머니는 평상에만 앉아계셨고 아저씨가 쉼없이 돌아다니시며 숙박객들을 챙기셨다. 비가 오는 눅눅한 날이었는데 방은 따뜻하고 보송보송해서 기분좋게 묵을수 있었다. 새벽엔 절절 끓어서 차가운 곳을 찾아야만 할 정도였다.


1박2일에 짧은 일정이었고 날씨도 장마 한 가운데여서 아쉬움은 있지만 좋은 사람들과의 여행이어서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글 중간에도 말했듯이 다른 계절의 수목원은 어떨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