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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동화로 보는 세상

동화책 '가을이 좋아', 누구에게나 풍성한 가을은 언제쯤 올까?

 

동화책 '가을이 좋아', 누구에게나 풍성한 가을은 언제쯤 올까?

 

 

동화책 '가을이 좋아'는

현수는 시골 할머니댁에 가기 위해 가방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다.

 

황금빛으로 물든 들판을 지나 송아지와 강아지도 반갑게 맞아주는 할머니댁에 도착했다. 할머니께서 주신 빨간 구슬이 그득한 석류를 한 입 꾹 깨물어 먹고 밭으로 나갔다.

 

아빠 엄마와 함께 고추를 따고 늙은 호박을 따고 무와 파도 뽑았다. 할머니께서 끓여주신 노오란 호박죽을 먹으며 재미있게 이야기도 나누었다.

 

다시 논으로 가서 아빠는 추수를 하시고 현수는 맛있는 새참을 먹었다.

 

현수는 시골집이 너무 좋다. 그리고 가을이 너무 좋다.

 

풍성한 가을이 주는 즐거움

아빠와 엄마가 할머니댁 농사일을 도와드리기 위해 시골로 가는 날, 현수는 마치 소풍 가는 아이처럼 들떠서 준비에 한창이다. 아마도 그 동안의 경험으로 가을에 시골에 가면 맛있는 먹거리가 많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차 창 밖으로 펼쳐진 노란 들판은 농부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마음이 부자가 되는 기분을 전해준다.

 

어디 들판 뿐이겠는가. 사과, 배, 감 등 과일이 주렁주렁 열린 과수원을 지나노라면 내가 과수원 주인이 아니더라도 흐믓한 기분이 든다. 그러니 현수가 맛있는 먹을거리 많고 재미난 구경거리가 많은 가을날의 시골 할머니집을 좋아하는건 당연하겠다. 집집마다 한 그루쯤은 있는 감나무나 대추나무에는 먹음직스런 감과 대추가 익어가고 뒷 산에는 가시 사이로 입을 쩍 벌린 밤나무의 뺀질뺀질한 알밤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거린다.

뜨거운 햇빛에 불타듯 익은 빨간 고추가 탐스럽게 영글었고 두 손으로 잡아도 손이 모자를 만큼 커다란 늙은 호박이 굴러 들어온 복덩이 마냥 가부좌틀듯 묵직한 모양새로 익는다. 땅 속에서는 토실토실한 고구마, 감자가 보물처럼 숨어서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콩 밭에는 올록볼록한 콩깍지 속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콩들이 알알이 줄지어 익어간다.

보기만해도 배가 부르고 노래가 절로 나오는 시골의 가을 풍경이다.

 

누구에게나 풍성한 가을은...

올해,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가장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그래서일까 이렇게 가을을 기다린 적도 없을 것이다. 태풍이 지나가면서 더위가 한풀 꺽이고 가을이 문 턱쯤 다가왔다. 이젠 밤에 한기를 느낄만큼 날이 선선해져서 잠을 설치지는 않지만 조용한 한밤중 가느다랗게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에 잠시 잠을 잊기도 한다.

봄의 정서가 새로움, 생명의 탄생, 시작 등의 이미지가 있다면 가을은 오랜 기다림, 결실, 추억, 회상 등의 이미지가 떠 오르는 계절이다. 덥고 추운 걸 싫어해서 봄과 가을을 좋아하는데 점점 가을이 더 좋아지는 걸 보니 나이탓도 있나보다.

한 해의 수고를 마무리하고 보상을 받는 가을, 하지만 폭염과 태풍으로 보상은 커녕 일년 공든 탑이 무너져 버린 꼴이 되어서 상처 받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 안타깝다.

아무래도 올 가을은 이래저래 더 쓸쓸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