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가 관객 40만을 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작품이라 궁금헤서 보려는 관객들이 많은 모양이다.
김기덕 감독은 대중성보다는 작품성에 치중하는 편인데다가 상영관을 보장받지 못하는 국내 인지도때문에 그의 작품은 국내 영화팬들과 쉽게 만날 수가 없었다. 국내 영화계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보호받지도 않으려는 그의 옹고집스런 삶은 예술인으로서의 자존심일 수도 있다.
이번에 상을 받은 '피에타'라는 작품을 아직 보지 못했고 아직은 볼 계획도 없다. 왜냐하면 예고편에서 나온 잔혹한 장면들을 보았는데 그것이 내가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인것 같아서 이다. 그래도 내용은 궁금해서 이리저리 알아보니 대강 줄거리가 파악되었고 조민수라는 여배우가 극중의 어미의 역할을 어찌했을지 짐작이 간다. 그동안 조민수씨의 연기를 방송으로 보면서 눈 빛에서 나오는 강렬한 에너지를 알고 있었기에 독기(?)를 품은 어미의 모습을 잘 연기했을 것이며 영화평에서 칭찬 일색의 연기평을 보고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김기덕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내가 본 김기덕 감독의 영화 중 인상적인 작품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라는 작품이다.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화려한 대사가 아님에도 휘번쩍하는 장면들이 아님에도 영화는 나의 시선을 붙잡아 두었다. 재연 배우나 혹은 조연급 정도의 배우들이 펼치는 연기는 다큐멘터리인가 싶을 정도로 사실적이었고 절제되고 절제된 대사와 간혹 들리는 자연의 소리를 빼면 고요한 정적이 흐르는 장면은 여백의 미마저 느끼게 하였다.
호수 한 가운데 마치 배처럼 떠 있는 작은 절은 시각적으로는 땅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지만 마음으로 본다면 딴 세상 같은 느낌이 들었다. 노승은 개구리에게 돌을 묶어 장난을 치는 아이에게 똑같이 돌을 묶어 혼을 낸다. 이 영화를 보신 분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나무로 된 절 바닥에 반야심경을 새기는 장면이었다.
젊은 피를 주체하지 못하고 몰래 절을 도망쳤던 남자는 아내의 배신에 치를 떨며 다시 찾아 왔다. 노승은 남자에게 반야심경을 새기도록 벌을 주었고 화를 삭이지 못해 남자는 울퉁불퉁하게 글자들을 새겼으나 점점 평온한 마음이 되면서 글자들은 제 모습을 갖추어 갔다.
남자의 과격하던 모습은 점점 부드러워지고 심신은 안정을 찾게 된다. 바닥에 새겨진 글자들이 진짜인지 그래픽처리된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김기덕 감독의 성향으로 볼 때 그래픽 처리는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작은 절간 둘레를 빼곡히 채웠던 글자들이 상당히 인상적으로 아직도 남아있다.
인간사 오욕칠정이 사계절의 변화와 함께 그려지는 장면과 노승이 죽고 홀로 남은 남자에게 우연히 맡겨진 아이의 손장난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돌고 도는 인생사를 보여주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라는 영화가 주는 메세지는 다분히 불교적인 색채가 강하다. 그러함에도 이 작품도 해외에서는 많은 호평을 받았다고 들었다. 특별한 대사없이도 큰 동작 없이도 사람들에게 전하려는 메세지는 강렬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동양적인 사상이라 하더라도 지구 위에서 사는 인간사나 감정은 다 똑같을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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