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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춤과 꼭두각시 춤이 백미인 신나는 가을 운동회

 

부채춤과 꼭두각시 춤이 백미인 신나는 가을 운동회

지나다니는 길 목에 있는 있는 초등학교에서 가을 운동회를 위한 단체 댄스를 연습하는 음악소리가 하루종일 들린다. 학년별로 한 가지씩은 할테니 그럴만도 하겠다. 똑딱똑딱 귀에 익은 꼭두각시 음악소리가 들린다. 분명 이건 1학년들이 할 것임에 틀림이 없다.

 

다시 귀에 익은 국악이 울려 퍼진다. 이건 부채춤 음악이다. 이건 아마도 고학년들이 하는 한국무용 부채춤이 분명하다. 나도 저 음악에 맞춰 부채춤을 추웠던 운동회가 있었다. 입가에 저절로 웃음이 번지다. 지난 번에 우연히 보니 2학년들이 무지개빛 우산을 들고 앙증맞은 춤을 연습하고 있었다. 음악은 낯설지만 밝은 동심을 보여주는 노래는 무지개빛 우산과 잘 어울렸다.

 

그리운 그때 그 시절 운동회

무용에 관심이 많았지만 가정형편상 무용을 따로 배우지 못한 나는 운동회때 하는 집단 군무가 너무 재미있었다. 아이들은 햇빛 아래 연습하는 걸 지루해했지만 나는 때로는 원형을 만들고 때론 십자대형을 만들면서 춤을 추는 것이 너무 좋았다. 가장 좋아했던 장르는 한국무용이었는데 분홍빛 깃털이 달리고 금빛 가루가 뿌려진 화려한 부채는 나를 사로 잡았다.

전문 무용복이 아닌 집에서 입던 한복을 가져오라고해서 아쉽기는 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중학교에 가니 무용반이 있어서 나는 3년동안 한국무용과 발레를 배우며 즐거웠었다. 중3이 되면서 진로를 고민할 때 결국 무용을 접기로 해서 서운하긴 했지만 중학교 3년간의 무용부 생활은 지금까지도 분홍빛 추억으로 남아 있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닌 나의 운동회는 시골 학교의 운동회처럼 마을 잔치같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당시만해도 조부모와 3대가 사는 집들이 많아서 운동회가 되면 할머니 할아버지 등 어른들이 많이 오셨다. 당시 일을 하셨던 엄마도 잠깐 짬을 내서 도시락을 싸들고 오셨는데 학교 운동장 가장 자리 그늘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김밥을 먹으면 소풍 다음으로 기분 좋은 하루였다.

5-6명 한줄로 서서 달리기를 할 때면 차례가 올 때까지의 그 두군거림에 심장이 쿵쾅거리고 청군 백군 경기 결과에 환호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하면서 목이 터져라 응원가를 부르기도 했던 신나는 가을 운동회가 흑백 필름처럼 펼쳐진다.

 

아쉬운 기억의 운동회

아이들이 이제는 다 커서 가을 운동회라기보다는 축제라는 이름으로 학교행사를 하는데 지금까지 아이들을 키우면서 큰 아이나 작은 아이나 초등 학교 1학년때만 운동회에 갔을뿐 그 이후엔 운동회에 참석한 적이 없다. 아이들은 내가 참석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서운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기억이 흐려졌을 뿐 엄마와 함께하는 아이들을 보고 부러웠을 것이다. 

그래서 운동회 사진은 두 녀석 다 1학년때 했던 꼭두각시 복장을 한 모습이 있을 뿐 다른 사진은 없다. 아이들이 뛰는 모습도 가물가물하고  같이 학교에서 도시락을 먹어본 기억도 가물가물해서 아쉽긴 했지만 어쩌랴 상황이 그런걸.... 맞벌이 하는 가정은 이런 경우가 많을 것이다라는 걸로 위로할 수밖에.

 

 

만국기가 펄럭이고 아이들의 건강한 웃음과 외침이 높아진 하늘에 울려 퍼질 가을 운동회.

우리 애들은 없지만 슬쩍 놀러가 볼까 한다. 아직 사람들이 나를 보면 애들이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 새댁(?)인줄 아니까 학교에 가도 이상하게 볼 사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