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밥은 쌀·보리 등의 곡물을 솥에 안친 뒤 물을 부어 낟알이 풀어지지 않게 끓여 익힌 음식이다.

한국인들의 주식인 '밥'은 단지 주식이라는 역할을 넘어선 다중적인 이미지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밥의 긍정적 표현들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마지막 장면 중 송혜교가 조인성에게 '배고파 '라는 말을 했다. 그 뒤에 '밥 먹자'라는 말이 생략된 의미로 들렸는데 그녀가 밥을 먹겠다는 말은 조인성을 용서한다는 의미(극중 조인성이 송혜교를 의도적으로 속임)와 죽고 싶던 마음에서 살고 싶은 마음으로 바뀐 것을 나타내는 말이었다. 즉, 여기서 밥은 용서와 생명력의 의미였다.

먼 길을 떠나는 사람이나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에게 우리네 정서상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밥 먹기'이다. 정확히 하자면 밥을 먹이는 것인데 이 밥에는 미처 말로는 못하는 헤어짐에 대한 안타까움과 서운함이 담겨있고 재회에 대한 기쁨과 반가움이 담겨 있다.

아침에 동네 어르신을 만나면 '식사하셨습니까?' 라고 인사하고 어르신들은 '밥은 먹었나?'라고 안부를 묻는다.  가출해 온갖 사고를 치며 부모 속을 썩이던 자식이 구치소에 있다는 연락을 받고 부모가 경찰서로 향한다. 갇혀 있는 자식을 보며 하는 말 "밥은 먹었냐?"  이 밥에는 상대에 대한 안부를 궁금해하고 걱정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밥의 부정적 표현들

친구나 가까운 지인을 만났다 급하게 헤어지면 '언제 밥 한번 먹자'라는 말을 한다. 이 말이 가장 대표적인 빈말중 하나라고 하기도 하지만 빨리 헤어지는 마음이 안타까우니 다음에는 오랫동안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담겨있다. 병문안을 가서 환자에게 밥 잘 먹으라는 말에는 쾌유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이렇게 말로 하는 밥에는 인간에 대한 훈훈한 마음이 가득 담겨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영화'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가 끈질긴 추적 끝에 연쇄 살인범인으로 심증이 가는 박해일을 잡고 하는 말, '밥은 먹고 다니냐?'에서 말한 밥에는 '너는 밥 먹을 자격도 가치도 없는 인간이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리고 가끔 드라마에서 상황파악 못하고 밥을 먹는 사람에게 '이 상황에 밥이 넘어가냐?' 라는 말을 하는데 이것도 마찬가지로 상대에 대한 비하나 실망감을 나타낸다.

 

 

이상기온으로 개화시기가 빨라져 꽃들이 예년에 비해 들쭉날쭉 피어난다고 하지만 봄은 봄이다. 그런데 여전히 서민들 주머니는 겨울바람이 휑~하니 불고 있다.

그래도 밥은 잘 먹고 다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