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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쓰는 우리말, 아직도 남아있는 일본의 잔재

 

잘못 쓰는 우리말, 아직도 남아있는 일본의 잔재

 

가라오케, 가라사인, 가라계약서...

 

아직도 우리 입에 붙어있는 '가라'라는 말은 일본어이다. '가라' '가짜'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가라오케도 가라와 오케(스트라)의 합성어로 가짜 오케스트라라는 뜻이다.

 

 

 

 

이처럼 우리가 무의식 중에 사용하는 말 중에는 아직도 일본어들이 많이 있다. 망가(만화), 벤토(도시락), 스시(초밥), 사무라이(무사), 사시미(), 산보(산책) 등등..

 

이번 글에서는 우리가 쓰고 있는 말 중에서 일본의 잔재가 남아있는 말들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가구(家口)와 세대(世帶)

 

가구는 직역하면 '집의 입', '가족의 입'이란 뜻이며, '집의 수', '가족의 수'로 해석하는 게 맞다. 이는 인구를 '사람의 입'으로 보다는 '사람의 수'로 풀이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우리가 전통적으로 써 왔던 '가구'라는 말 대신 일본의 행정용어인 '세대'를 쓰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정부는 세대별 합산과세 방식으로 부과한 ...' 이라고 쓰는 것 보단 '정부는 가구별 합산과세 방식으로 부과한...'이 바르게 쓰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대' 보다는 '가구'로 바꿔 쓰는 게 옳지만, 그러기가 쉽지 만은 않다. 왜냐하면 '세대'가 일본어라는 인식이 없던 시대에 만들어진 법률 때문이다. 주민등록법에는 '가구주'가 아닌 '세대주'로 되어 있고, 건축법에서는 '다세대주택' '다가구주택'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현실적으론 해당 법에서 사용하는 '세대'라는 용어는 법을 바꾸기 전에는 가구로 사용하기가 힘든 게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가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는 곳에서라도 '가구'로 쓰도록 해야겠다.

 

 

각하(閣下)라는 호칭

 

각하는 특정 고급관료에 대한 호칭 입니다. 일반적으로 특정 고급관료는 대통령, 국무총리, 국회의장 등을 생각할 수 있으나 각하는 실제로는 대통령 한 사람에게만 사용된다.

 

그런데 각하란 호칭은 원래는 신분질서가 엄격했던 시절에 만들어진 3등급 호칭에 불과할 뿐 대통령에게 붙일만한 극존칭은 아니다. , 황제는 '폐하', 제후는 '전하', 대신은 '각하'라 했던 것 입니다.

 

중국에서 만들어져 한때 지방 수령들에게까지 붙이던, 아주 흔한 호칭이었던 이 말은 근세 일본에서 부활해 칙임관(임금이 임명하던 벼슬) 이상의 문관, 육군 소장 이상의 무관에게 사용되었고, 이런 관행이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에 들어 왔다.

 

일본의 관례에 따라 처음에는 국무총리, 국회의장 등 고급관료들에 사용되었으나 점차 대통령에게만 쓸 수 있는 말로 굳어졌다. 각하의 각()은 대신이 집무를 보는 집을 뜻 한다.

 

 

둔치와 고수부지

 

잘 못 쓰는 말 중에 대표적인 게 고수부지 이다. 고수부지는 일본어에서 온 말로서 큰 물이 날 때만 물에 잠기는 강가의 터를 말한다. 우리말로는 둔치라고 한다.

 

일본어로 고수는 홍수를 막기 위한 하천 제방공사란 뜻의 '고스이코지'를 줄인 것이고, 부지는 비어있는 터를 가리키는 일본어 '시키지'에서 온 말이다. 고수부지라는 말이 일본어라는 사실을 모르는 공무원들이 1980년대 한강 변을 개발하면서 '한강고수부지'라고 이름 지었던 것이다.

 

 

 

 

 

그러나 1986년 한국땅이름학회가 서울시에 건의하여 서울의 고수부지는 '한강시민공원'으로, 그 이외의 고수부지는 '둔치' 로 고쳐서 쓰도록 하고 있다.

 

앞으로 주위에서 누가 '한강 고수부지'라고 말하면, 즉시 그 자리에서 '한강 둔치'로 알려 주는 센스가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