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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울렁거리는 체증을 가라 앉힌 약손의 주인공은

 

울렁거리는 체증을 가라 앉힌 약손의 주인공은

 

음식을 먹고 체하는 경우가 별로 없는데 야식으로 시켜 먹은 치킨이 체했는지 자다가 가슴이 답답하고 속이 메스꺼워 잠이 깼다. 찬물을 한 컵 마셔봤지만 속이 가라 앉지 않고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눕고 싶은데 속이 울렁거리니 누울 수가 없어 벽에 기대어 앉았다.

소화제를 먹었지만 별 차도가 없어 보인다. 한 번 토하면 속이 편해질거 같아서 화장실에 갔지만 울렁거리기만 할 뿐이다. 목 안을 건드려 일부러 토해볼까 했지만 역류가 좋지 않다고해서 변기 앞에 쪼그려 앉아 있었는데 딸 아이가 오더니 걱정을 한다. 병원에 가야하는거 아니냐고. 무슨 이런 걸로 병원을 가냐며 걱정 말고 들어가라고 했다.

 

 

 

울렁거리는 속이 불편했지만 다리가 저려서 다시 방으로 들어 갔더니 잠이 깬 남편이 등을 두드려 줄테니 앉아 보라고 한다. 위에서부터 두드리는데 허리쯤 부위가 아프기도 하지만 시원해서 계속 두드리라고 했다. 트림이 나오면 괜찮아질 것 같은데 나올듯 나올듯 나오질 않는다.

시간이 꽤 흘러서 팔이 아플것 같은데 내가 그만하라는 말을 하지 않자 계속 등의 여기저기를 두드리더니 발가락을 마사지 해보자고 한다.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나 싶었는데 왼발의 4번째 발가락이 뾰족한 것으로 찌르는 것처럼 아프다. 발을 빼고 싶을 만큼 아프다고 하자 계속 주물러야 속도 가라앉는다며 참으라고 했다.

 

 

예전같으면 벌써 팔 아프다고 그만두었을텐데 계속 등을 두드리고 발가락을 마사지해주는 남편을 보면서 '우리도 이렇게 같이 늙어 가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탁을 하지 않았는데도 자청해서 오랫동안 등을 두드려 주는 사람이 배우자 말고 또 있을까? 자식에게 기대할 수도 없고 혼자라면 더더욱 할 수 없는 일이다. 서로 손이 닿지 않는 등을 긁어주기도 하고 두드려 주기도 하면서, 때로는 귀찮아하기도 하고 때로는 안쓰러워 하는게 부부인가보다.

속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 때까지 남편은 계속 등을 두드리고 발가락 마사지를 해 주었다. 발을 만진 손으로 등을 두드리는게 찝찝?했지만 정성이 갸륵하니 뭐라 하지도 못했다.

다음 날 하루 종일 팔이 아퍘다며 팔을 쥐락펴락하는 모습이 좀 미안했지만 그동안 나도 등을 많이 긁어 줬으니 우린 피차일반 이다. 남편의 약손이 효험이 있었는지 체증은 잘 가라앉았는데 걱정은 ....분명 댓가로 같은 시간만큼 등을 긁으라 할텐데 나는 팔이 너~~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