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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수생의 애환 - 벌초 안가면 서울대 간데?

 

반수생의 애환 - 벌초 안가면 서울대 간데?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로 바뀌느니 어쩌니 하면서 사람들을 괴롭히던 찜통같던 더위가 입추를 지나며 한풀 꺾였다. 아침 저녁으로 부는 찬바람은 머지않은 추석을 기다리게 한다. 이젠 명절에 대한 설레임보다는 한 해가 저물기 시작하는 늦은 오후의 썰렁한 기분이 더 짙다. 

괜스레 핸드폰을 뒤적이다 프로필 사진을 바꾼 친구의 우아한 모습에 괘씸?한 생각이 들어 전화를 걸었다.

"이거 무슨 컨셉이냐? 아직 푹푹 찌는데 가을 분위기가 뭐냐구."

대답도 못하고 웃느라 숨이 넘어가는 친구는 오랜만에 비싼 커피전문점에 동네 엄마들이랑 갔다가 한 폼 잡고 사진을 찍었는데 다~들 이쁘다고 해서 프로필에 걸었다고 한다. 내가 보기엔 이미 집에서 나올 때부터 사진찍기를 위해 화장에 공을 들인게 분명해 보였는데 아니라고 손사레를 친다. 

 

 

반수생의 애환

그냥 믿어 주기로 했다. 그리고 나서 이어지는 남편 흉보기

 

지난 주말에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벌초를 다녀오겠다고 했단다. 대학을 다니다 반수를 준비하는 아이의 9월 모의고사가 3일에 있으니 혼자 다녀오라고 하자 친구의 남편 왈

"반수는 무슨 반수, 반수는 아무나 하나, 다니던 학교나 잘 다니라고 해. 그리고 벌초 안가면 서울대 간데?"

빈정거리며 염장을 지르는 말투에 한바탕 부부싸움을 했는데 결국 아이들을 끌고 강원도로 벌초를 다녀왔다고 했다. 

친구의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적응을 하지 못해 속상해 하더니 반수를 결정한 모양인데 남편과 이야기가 잘 안되서 티격태격 하는 모양이다. 서로 아이에 대해 잘 알고 있으니 반수는 안된다와 반수를 밀어주자로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나보다.

 

 

수험생 화이팅!

그나저나 고3들 마지막 모의고사가 끝나면 눈깜짝할 새 수능날이 다가 온다. 

그들에겐 짧아진 낮만큼이나 하루 하루가 휙휙 지나가고 있을 게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지독히도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가면 선선한 바람에 반가움보단 부족한 시간의 조바심 때문에 진땀이 나는 게 고3(수험생)들이다.

그래도 귀한 시간 쪼개 벌초를 다녀 온 친구 아들에게 조상님의 보살핌이 함께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