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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동화로 보는 세상

한겨울 밤의 꿈이었을까? '눈사람 아저씨'를 읽고

눈사람 아저씨 레이먼드 브릭스(Raymond Brig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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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추워진 날씨가 겨울이 가까이 왔음을 피부로 느끼게 해준다.
아직 가을 국화를 사지도 않았는데 벌써 겨울이라니...

그저 잠깐 추운거려니... 겨울 대비를 하라고 살짝 긴장을 주는 자연의 배려라 여겨본다.

잔뜩 찌뿌린 추운 날씨가 꼭 눈이 내릴 것 같은 날씨처럼 보인다.
아니 눈이 한바탕 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비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눈 내리는건 좋다.
녹아 지저분해지기는 하지만 눈 내리는 겨울을 아직은 감성으로 느끼는 어린(?) 아줌마다.

소년은 눈을 모아 눈사람을 만들었다.
재밌게 놀던 소년은 아쉬운 마음을 두고 집에 돌아와  잠이 들었다.

그런데 이상한 소리에 깨어보니 눈사람이 곁에 있었다.
소년은 눈사람을 데리고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재밌게 놀았다.

그러더니 소년을 등에 태우고 하늘로 슝~날아 올랐다.
둘은 멋지게 하늘을 날아다니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왔고 눈사람과 작별을 했다.

다음날  아침 후다닥 일어난 소년은 밖으로 뛰쳐 나갔다.
어제 만들어 놓은 눈사람은 형체도 없이 녹아 없어져 버렸다.
소년의 허탈한 모습과 아쉬운 표정이 애닳다.

어린 시절 '성냥 팔이 소녀'라는 연극에 참여했던 적이 있었다.
크리스마스에 공연될 연극이었고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하는거라 연습을 해도 대사 암기가 어려웠다.

주인공도 아닌 성냥팔이 소녀가 죽기전 환상 속에서 보게 되는 여러 요정 중 한명이었는데 몇마디 안되는 대사가 입에 붙질 않아서 지도 하시는 선생님의 지적을 자주 받았었다.
어린 마음에 속이 상하기도 했지만 그 역할에서 쫓겨날까봐 노심초사했었다.

그리고 눈물은 왜 자꾸 나는지....
공연 며칠전 드디어 의상이 나왔는데 정말 예쁜 드레스에 작은 왕관도 있었다.
그런데 잘 안되던 대사가 의상을 입으니 용기가 나고 잘 나오는 것이다.

추운 겨울 밤, 드디어 공연 날이다.
얇은 드레스를 입고 무대 뒤에서 떨며 대기하다가 무대 위로 올라갔다. 

관객은 조명 때문에  보이지 않고 색깔 조명은 나를 비추고 있었다.
무사히 공연은 끝났고 그 의상은 반납했다.

용기를 주는 마술이 걸려 있던 것같은 그 예쁜 드레스가
항상 생각나는 계절이라서 겨울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