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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그놈의 주식이 뭔지, 아내가 뿔났다

 

그놈의 주식이 뭔지, 아내가 뿔났다

 

오늘 친구와 만나 점심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에 그 친구가 보험 설계사 일을 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 내가 의아했던건 그 친구가 직업이 있는데 보험 설계사 일을 한다는게 이상해서

"그럼 직장은?" 하고 물으니 겸업을 한다는 것이다. 보험 영업소에서 출근을 감안해 줘서 매일 출근은 하지 않고 주1-2회 정도만 하는 모양이다. 친구가 근무하는 직장은 3교대 근무를 하는 곳이라 야간 당직을 하고 아침에 퇴근하는 날은 출근을 한단다. 너무 무리하는거 아니냐고 물었다. 사실은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라는 질문을 돌려 말한 것이다.

 

 

작년에 남편이 친구 모르게 담보대출을 받아 주식을 했는데 손해를 보게 되었고 그 대출금을 빨리 갚기 위해서 투잡을 한다고 했다. 대출금 때문에 잠이 안오고 병이 생길지경이라고 어떻게든 더 나이들기 전에 대출금을 갚아 없애려면 투잡을 해야하는데 그나마 보험설계 일이 출근이 용이해서 하기로 결심했고 벌써 4개월째라고 한다. 친구의 성격을 아는지라 그녀가 대출금 때문에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을지는 짐작이 갔다.

 

남편은 뭐라하드냐 물으니 아무 말 못하고 죄인처럼 지낸다고 한다. 그 거인 같은 양반이 말이다. 이제와서 그 일로 이혼을 하기도 그렇고 한바탕 전쟁을 치렀지만 아직도 속이 타는 모양이었다. 무슨 배짱으로 그 많은 돈을 빚내서 주식할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술, 담배도 안하고 아내와 아이에게 잘 하던 사람인데 왜그랬을까? 

 

 

사실 친구가 아파서 생사고비를 한번 넘긴 적이 있어 크게 놀랬던 친구의 남편은 그녀를 애지중지 한다. 아이가 속을 썩이면 아이보다 친구편을 더 들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손해를 보면서 말도 못하고 오죽 속이 탔으랴마는 노후대책을 위해 돈을 저축해도 모자를 판에 쌩돈을 벌어 이자에 원금을 갚아야만 하니 친구의 속은 속이 아니라고 했다. 이젠 어느정도 진정도 되고 어떻게 해서든 빠른 시일내에 대출을 갚자고 신랑도 투잡을 하라고 했단다. 그리고 친구도 빚을 갚자는 생각도 있지만 남편이 더 미안해하라고 투잡을 하는거란다.

"그래! 다시는 그런 생각 못하게 아주 못을 박아야 해. 평생 마음 짐 지고 살겠네."

몸이 그리 건강치 못한것도 있지만 성격이 조용한 편인데다가 글 쓰기를 좋아했던 그녀는 소설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어했다. 조금 더 나이들면 아이들 가르치며 소설을 쓰겠노라고 했는데 그 시기가 늦춰질지 아예 시작도 못하게 될지 모르겠다고 한다. 직장 다니며 대학원에 진학해 소설을 쓰기 위한 공부도 하였고 간간히 습작으로 글을 쓰고 있다고 하였는데 지금의 정신으로는 글을 못쓰겠어서 당분간 글쓰기를 접기로 했다고 한다.

 

그래도 다행히 마음이 안정되었고 두가지 일도 아직 힘에 부치는 정도는 아니고 보험일도 할만해서 대출금 갚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단다. 친구는 분명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대출금을 갚게 될것이다. 오늘 말하는 모습을 보니 눈이 반짝거린다. 남편이 터트린 대출금이 그녀를 강단있게 만들었다.

친구야! 네가 고생스러워지긴 했지만 너의 힘있어 보이는 변화가 좋아보였어. 화이팅해라